예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계셨으나,

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당신도 예수를 따르던 자가 아니냐”고 묻던 사람들 앞에서

세 번이나 부인을 하였습니다.

마침 닭이 울었고 베드로는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자답지 않습니다.

참 비겁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약하고 두려움 많은 인간인지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베드로 자신의 마음은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연민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구나. !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주님께서 나를 얼마나 아끼셨는데! 나는 구제불능, 어리석고 의리 없는 겁쟁이,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했을지도 모릅니다. 베드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으며, 마음을 돌덩이처럼 짓누르는 실패와 배신의 기억에 갇혀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베드로를 부활하신 예수께서 찾아오십니다.

요한복음의 기록( 21)에 따르면 예수께서 새벽에 물고기를 잡고 있는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오셔서 “친구들이여, 고기는 좀 잡았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시오.”라고 말도 걸어 주시고, 고기도 많이 잡게 해 주셨습니다. 베드로는 멀리 배 안에서 예수님을 알아보고서는 물에 뛰어 들었습니다. 너무 반가와서 주님이 계신 호숫가로 헤엄쳐 나오긴 했지만, 베드로의 마음은 이미 갈갈이 찢겨져 참담한 상태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절망과 실망으로 여전히 베드로는 괴로웠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위해서 호숫가에서 생선도 굽고 빵도 구워서 아침을 차려 주셨습니다.

식사를 다 마친 뒤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질문을 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너 그 때 왜 그랬니? 왜 나를 부인했니? 그래, 한번 속 시원하게 들어보자!” 이렇게 말씀하지 않고,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 속에 아직 살아있는 사랑이 있지 않으냐?” 그렇게 물어봐 주셨습니다.

베드로는 대답합니다.

“네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십니다.

자신이 여전히 주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구제불능이고, 멍청하고, 의리 없고, 겁 많은 실패자인 베드로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샘솟는 사랑의 힘! 예수님은 그것을 일깨워 주시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던지신 이 사랑의 질문 앞에서 부정과 실패로 가득했던 베드로의 삶에 다시 빛이 비추기 시작 했습니다.

주님은 이 질문을 세 번 하셨습니다. 마치 세 번 주님을 부인하고 무너져 내린 베드로를 다시 일으켜 세워 회복시켜 주시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약하고 상처 입은 베드로를 사랑으로 감싸며 부활의 능력으로 그를 치유해 주시려는 예수님의 사랑이 엿보입니다.

예수께서 세 번째,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다시 하셨을 때, 베드로는 거의 울지경이 되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세 번이나 부인한 자신의 잘못이 생각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또 서럽기도 했겠지요.

주님은 세 번 묻고 나서, 세 번 부탁의 말씀을 다시 하셨습니다.

“내 양을 먹여라. 내 양을 돌보아라. 내양을 먹여라.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베드로도 사랑으로 돌보라는 것입니다.

 

실패하고 잘못하여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면 우리는 사랑의 질문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 질문을 통해 사랑을 되찾은 다음, 우리는 돌봄의 실천을 이루어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이기고 부활의 회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3, 5, 10번 또는 100번 실패해서 처절한 절망을 경험하더라도

3, 5, 10, 100번 다시금 물어야 질문은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한 질문’이며 지켜나갈 것은 다름 아닌 ‘돌봄의 약속’ 입니다.

 

분단된 채로 오랜 세월을 아파해야 했던 한반도에서

‘우리들이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가?’란 질문이 샘솟듯 터져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마침내 그 사랑의 힘을 발견해 내길 바랍니다. 부활의 주님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저질러 왔던 온갖 실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주었던 온갖 상처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서로 사랑을 되찾고, 서로 돌봄의 약속을 새롭게 이루어 갈 수 있다.”고.

 

부활의 주님께서 실패했던 베드로를 회복시켜 주시고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셨듯이 우리와 이 세상을, 또한 분단된 우리 조국을 ‘사랑의 질문, 돌봄의 약속’을 통해 회복시켜 주시고 인도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비인 정동교회 김효태 담임 목사

(2018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지 봄호 내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