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거이자 작가 브렛 스피어스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임신했다는 말만 들으면 보통 사람도 갑자기 무슨 점쟁이로 바뀐다. 나도 아빠가 되는 건 어떻다는 등의 수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누구도 내게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들도 꽤 많다. 딸을 가진 아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그 대답의 일부를 아래 목록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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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아이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빨리 생길지 몰랐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관계를 흔히 사회인류학적인 체계로 알고 있었다. 즉 연애사업에서 남자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여자아이는 잘 해봤자 남자의 행동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수용자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딸과 헬스장에 있던 어느 날 완전히 깨졌다. 내 딸 매리가 내 팔을 잡아당기면서 "아빠, 저기 저 남자애 보이지? 난 쟤가 좋아!"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헬스장 안의 카페에서 딸은 스무디를 마시며면서도 눈은 그 남자애를 계속 바라봤다. 얼마 안 있어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로 남자애가 다가왔는데 이름은 해리슨이었다. 딸에게 보는 눈은 있었는지 남자애는 성격이 밝고 또박또박 말하고 전체적으로 예의 바른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는 친절했고 딸을 존중했다. 그런데 딸의 첫사랑에 있어서 문제는 해리슨이 미식축구 선수 같은 체격에 서퍼 같은 멋진 얼굴을 한 193cm의 19세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매리는 만 3살이었다. 진심이다.

2. 아내를 이토록 더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아내와 붕어빵 같은 딸을 볼 때 아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와 너무 달라서 가끔은 짜증나던 아내의 독특한 점, 그녀의 성향을 딸이 재현하는 것을 보며 아내를 새로운 시각과 연민의 감정을 갖고 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계획이 뜻대로 안 되었을 때 절망하는 아내를 난 이해하지 못 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자기가 의도한 대로 안 되면 감정이 들쭉날쭉하는 그녀를 보며 난 의아해했다. 한 번은 아내가 카페에서 거의 멘붕이 된 적이 있는데 앞줄 사람이 아내가 눈으로 찜한 '자기의' 로스트 비프를 먼저 가져갔다는 이유에서였다. 딸은 무서울 정도로 아내와 이런 면에서 똑같다. 하지만 딸은 아직 순진함 그 자체니까 딸의 행동을 훨씬 더 관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삶에 대한 강한 욕구가 그녀의 행동을 좌우한다고 나는 본다. 따라서 이전에 내가 아내를 보고 애같이 군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름다울 정도로 순진하다고 본다. 전자와 후자의 느낌은 엄청나게 차이난다. 가능만 하다면 인생을 되돌려 지금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의 마음으로 그녀를 다시 사랑해주고 싶다. 아내는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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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자에 대한 신비가 더러운 기저귀 한 번 바꾸면서 완전히 박살 난다.

똥이 잔뜩 묻은 아기 그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한 손에는 물티슈 또 다른 한 손에는 돋보기를 들고 아기 거기에 남은 똥 찌꺼기를 치워본 적이 있다.

4. 딸 아빠가 되면 자동으로 페미니스트가 될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5. 딸을 가진 아빠는 다정하고 상냥한, 그리고 정 반대의 기분을 느낀다.

딸을 기대하는 사람은 이런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사랑이 뭔지 안다고 이제까지 생각했다면 착각이야.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그리고 대체로 그런 말은 맞다. '아빠 딸'이 원하는 대로 충성하지 않는 아빠가 있으랴. 그런데 그런 다정하고 애틋한 기분의 반대, 즉 아빠가 가끔 겪는 격렬한 분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이야기를 안 한다. 한 번은 딸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사람이 많은 시장에 갔었는데 혹시 누가 앞에 새치기할 까, 누가 나를 쉽게 여길까 하는 우려와 격분한 마음에 전혀 그 외출을 못 즐긴 기억이 있다. 딸을 위해선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던 내가 동시에 다른 사람을 해칠 마음도 있었다는 것은 뭔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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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밥 칼라일의 'Butterfly Kisses'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래라는 것을 몰랐다.
(*노래 가사가 딸을 가진 아빠에 대한 내용이다 - 편집자 주)

이 노래가 칙칙하고, 너무 꾸민듯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빠가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노래로 인해 설명하기 힘든, 주체하긴 어려운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년 여름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Butterfly Kisses'가 시작되자 나와 몇몇 친구는 쿡쿡대고 웃었다. 그런데 노래가 2절로 접어들자 나는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딸과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7. 분홍색의 엄청난 중요성을 몰랐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딸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여자 강아지'를 부탁했다. 산타가 무슨 색깔을 원하느냐고 묻자 눈 깜빡하지 않고 "분홍색!"이라는 거다. 또 자신의 분홍 그릇이 식기세척기 안에 있어 저녁때 못 쓴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딸을 본 적도 있다. 만약에 하얀 가운을 입은 예수님이 나타나 파란 날개의 유니콘을 선물로 준다고 해도 딸은 아마 이럴 거다. "예수님. 날아다니는 말을 선물해주셔서 고마운데요. 한 가지 잊으신 게 있어요. 분홍색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예수님의 그 하얀 가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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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딸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결혼식을 생각할 거라고 아무도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아내가 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믿지 않았다).

이게 다 디즈니 탓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 흰색 린넨으로 된 모든 물건은 결혼놀이를 하는데 쓰인다. 딸은 진짜 자세한 상황을 설정해서 논다. 초반에는 딸이 너무나 귀여웠다. 왜냐면 나를 결혼 상대로 찜했으니까. 하지만 최근 딸의 유치원 짝꿍이 나를 대체했다. 딸의 핑계는 녀석이 "바보 같지만 잘 생겨서"란다.

9. 딸이 나 대신 유치원에서 만난 "바보 같지만 잘 생긴" 남자아이와 결혼하고 싶다고 할 때, 충격이 그렇게 클지 몰랐다.

10. 매니큐어 칠하기, 다과회, 드레스 입어보기, 즉흥적으로 춤추기, 분홍색 낚시통, 멋쟁이 낸시(Fancy Nancy) 그림책 같은 것들이 이렇게 재밌을 줄은 상상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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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위 이야기가 달콤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딸을 가진 아빠들은 이 글에 아빠가 느끼는 두려움, 연약함, 혼돈 그리고 경이로움이 포함되었다는 걸 이해할 것이다.